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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IY

핸들바 아노다이징 제거

by 벨로민턴 2020. 3. 11.

여행을 마친 설리는 주인 잘못 만난 탓에 1년에 한 번 집 밖에 나갈까 말까 하는 방구석 폐인이 되어버렸다. (폐인 당해버렸다.) 그래도 집 안에선 자전車 3형제 중 장남으로 얼굴마담 역할을 돈독히 하고 있다. 여행 직후 오버홀을 받아 블링블링 구동계가 여전히 그 자태를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핸들바는 클래식 파츠의 대명사인 닛토(Nitto) 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리치가 너무 길어 투어링 자전거의 이름이 무색할 만큼 불편한 자세가 연출되었다. 그래서 불용품으로 지니고 있던 짧은 리치(75mm)의 시마노 핸들바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오버 사이즈 스템보다 작은 구경을 지닌 닛또 핸들바는 31.8mm 변환 클램프를 삽입해 고정해야 했는데 클램프가 필요없게 되면서 더 확실한 고정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우선 핸들바 교체에 앞서 무엇보다 아노다이징이 깨끗하게 벗겨지는지가 중요했다. 실버 구동계에 갑자기 검은색 핸들바가 들어서면 미관상 아주 안좋기 때문이다.

▲ 유라시아 횡단 때의 세팅. 색상 매치가 안돼 줄곧 신경쓰였다.

시마노 프로 핸들바의 끔찍한 프린팅 데칼(개인취향)은 일찌감치 아세톤으로 벗겨 사용해 왔었지만 아노다이징은 어떻게 벗겨야할지 몰라 일단 검색해 보았다. 찾아보니 「수산화나트륨」 성분이 포함된 화학 제품을 사용하면 아노다이징 제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래서 집 근처 마트에서 펑크린 1L 짜리를 사왔다. 다음으로, 핸들바가 담길 만한 적당한 틀을 찾았다. 이것저것 가져와서 대보니 아이스박스가 꼭 맞아 떨어져 이것을 활용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아노다이징을 벗기는 데는 성공했지만 핸들바 교체는 하지는 않았다. 이 슬픈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 준비물은 펑크린과 아노다이징을 벗길 핸들바
▲ 아이스 박스에 딱 들어맞는다.
▲ 펑크린 투입. 화학 반응으로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온다. 1L로는 충분히 잠기지 않아 물로 조금 희석했다.
▲ 30분 방치하고 건져보았다.
▲ 실패한줄 알았는데 샤워기로 물을 뿌리자 도장이 훌훌 벗겨졌다. 탁하지만 알루미늄 본연의 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말끔히 제거하기 위해 물을 뿌리면서 사포로 갈아 주었다. 마치 먹물 나오듯 검은 도장이 물에 씻겨 나갔다.
▲ 바테잎을 감지 않는 핸들바의 센터 부분의 퀄리티가 중요하다. 그러나 광택 따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시무룩)
▲ 그렇다면 광택제를 사용해 보면 어떨까? 예전에 다이소에서 사둔 것이 생각 나 찾아왔다.
▲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광이 보이기 시작했다.
▲ 기존의 핸들바는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바테잎, 레버, 인라인 브레이크 등)
▲ 작업한 핸들바를 스템에 물렸다.
▲ 여기까지 와서야 알았다. 핸들바와 인라인 브레이크의 클램프 규격이 맞지 않는 것을. 케이블링을 다시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원상복구 시켰다.
▲ 이대로 고생만하고 끝나는 건 너무 슬프기 때문에 삭을대로 삭은 후드를 교체해 주기로 했다.
▲ 기존의 후드는 가위로 잘라 제거 했고, 레버는 매뉴얼대로 따로 분해하지 않고 드롭바 밑단에서부터 힘으로 끼워 넣었다.
▲ 오른손 악력이 70kg가 넘는데도 설치가 쉽지 않았다. 퐁퐁을 치덕치덕 발라 겨우 안착을 시킬 수 있었다. 내가 갈아본 부품 중 최고 난도였다. 정석적인 교체방법을 취한다면 아마 문제 없으리라 본다.
▲ 원상복구 끝. 기존의 핸들바를 다시 설치하면서 레버 위치를 조정했다. 핸들바 각을 낮춰 리치가 짧아지게끔 손을 보니 훨씬 편안한 자세가 나왔다. 


좋은 경험 한 셈 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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