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총 세 대의 자전거가 있는데, 올라운드 풀카본 로드를 제외하면 모두 클래식 컨셉으로 세팅돼 있다. (브롬톤과 설리) 번쩍번쩍 빛나는 클래식 자전거가 너무 사랑스러워 가끔 연마제로 광을 내거나 피칼질을 해주곤 했는데, 카본 로드는 오히려 칙칙한 색상의 파츠로 꾸며야 나름의 중후하고 강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카본 로드에는 역시 카본 휠을 끼워야 외형적 완성미가 돋보인다. 하지만 랜도너스를 하다 보면 우중 라이딩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고경사 다운힐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특히 열변형은 큰 불안 요소라, 카본 휠 대신 순정 알루휠을 꺼내 애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알루휠이 숯검댕이 카본 로드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색 림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 눈에 계속 밟혔다.
그러던 중 클앤빈 카페에서 알루미늄을 화학 처리해 검게 만들어주는 신비한(?) 용액 글을 보고 해외 주문을 넣었다. 이 용액을 사용하면 림을 검정색으로 만들 수 있었다. 솔직히 ‘망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6년째 굴린 순정 휠이 어떻게 되든 받아들일 각오는 돼 있었다. 어제 용액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준비물은 단 세 가지, 작업의 핵심인 ‘알루미늄 블랙 용액’, 붓, 그리고 부지런함이다. 결과물은 얼마나 부지런히(★중요)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림에 묻은 때를 사포나 림 지우개로 정성껏 벗겨야 용액이 골고루 침투하는데, 이 과정이 워낙 귀찮아서 나는 대충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멀리서 바라봤을 때, 너무 부조화스럽게 빛나던 림의 광택이 죽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끝.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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