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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IY

알루미늄 휠 블랙림 만들기

by 벨로민턴 2020. 6. 2.

집에 자전거가 총 3대가 있는데, 올라운드 풀카본 로드를 제외하고는 다 클래식 컨셉으로 세팅이 돼있다. (브롬톤과 설리) 번쩍번쩍 빛나는 클래시컬한 자전거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한 번씩 연마제로 광을 내주거나 피칼질을 해주기도 했는데 카본 로드는 반대로 칙칙한 색의 파츠로 꾸며야 나름의 중후하고 강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카본 로드에는 역시 카본휠을 껴야 외형적으로 완성미가 돋보인다. 하지만 랜도너스를 하다보면 때로는 우중 라이딩도 해야하고 고경사의 다운힐도 내려와야 한다. 특히 열변형은 큰 불안 요소이기 때문에 카본휠은 넣어두고 순정 알루휠을 꺼내 애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허나 알루휠은 아무리 봐도 숯검댕이 카본 로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알루미늄 색이 그대로 들어나는 은색 림의 부분이 눈에 밟히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클앤빈 카페에서 알루미늄을 화학처리해서 검게 만들어주는 신비한(?) 용액에 관한 글을 보고 해외 주문을 넣게 됐다. 이 용액을 사용하면 림을 검정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왠지 망할 것 같은 느낌이 났는데 6년째 굴린 순정휠이 어떤 꼬라지가 되더라도 받아들일 각오는 돼 있었다. 그 용액이 어제 도착해서 바로 작업에 들어가 보았다.

준비물은 작업의 핵심이 되는 '알루미늄 블랙 용액'과 '', 그리고 '부지런함'이다. 결과물은 얼마나 부지런(★중요)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림에 묻은 때를 사포나 림 지우개로 정성스럽게 벗겨주어야만 비교적 용액이 골고루 침투하는 것 같다. 이 작업이 너무 귀찮기 때문에 나는 결국 대충 마무리 지어버렸지만 멀리서 바라봤을 때, 너무 부조화스럽게 빛나던 림의 광택이 죽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끝.

 

▲ 알루미늄을 검정색으로 산화시켜주는 용액.
▲ (1) 작년에 PBP와 북유럽 여행을 다닐 때 USB-WERK를 스템에 달고 다니면서 상처가 많이 생겼는데..
▲ (2) 일단 실험삼아 용액을 발라보니 기포가 뽀글뽀글 생기면서 사라졌다. 와..!
▲ 이제 림 작업을 해보자. 림을 깨끗이 닦고 붓에 용액을 뭍혀 칠해준다. 베리 심플.
▲ 5초도 안돼서 반응이 일어나지만 색이 균일하진 않고 얼룩덜룩하다.
▲ 다 칠하면 대충 이런 모습이 된다. 건조를 시킨 뒤 물티슈로 한 번 닦아 주었다.
▲ 완성된 모습. 엉성하지만 멀리서 사진빨만 잘받으면 되지! 라는 자기위안을 삼으며 글을 마친다. (망했.ㄷ)

 

 

 

 

 


추가

▲ 역시 카본휠의 감성을 따라갈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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