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해남 국제 자전거 대회를 마지막으로 2024 시즌이 끝났다. 랜도너스를 메인으로 타면서 가끔 그란폰도에 참가했는데, 깔끔한 도로 통제에서 오는 자유로움과 선두권의 얼큰한 페이스가 별미였다.
올해 내가 참가한 원데이 대회는 영산강 그란폰도, 내장산 그란폰도, 해남 국제 대회였다. 영산강과 내장산은 내근직일 때 참가했고, 해남 대회는 외근직에 있을 때 참가했다. 오히려 내근직일 때 매일 조금씩이라도 자전거를 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꾸준히 폼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좋은 기록으로 이어졌다. 해남 대회는 육아와 11월 초 시험 준비로 폼이 많이 떨어졌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좋은 종합 순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참고로 영산강, 내장산 그란폰도에 참가했던 5월 당시에는 20분 피크파워 갱신으로 FTP가 5.2점대(349w)였다.
(1) 영산강 그란폰도: 종합 3위 / 건타임 2위 / KOM 4위
(2) 내장산 그란폰도: 종합 1위 / 건타임 2위 / KOM 7위
(3) 해남 국제 자전거 대회: 종합 1위 / 건타임 1위 / KOM 10위
세 대회 모두 KOM 구간과 스프린트 시상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한 번도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다. 영산강과 내장산은 종합 순위를 목표로 타다 보니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영산강 KOM 구간에서 0.5초 차이로 4등을 기록하며 포디움을 놓치기도 했다. 처음부터 종합 순위를 노리다 보니 KOM 구간은 어느정도 온존 모드로 올라갔는데, 그 순간에 구간에서 좀 더 치열하게 달렸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앞으로 구간은 밑져야 본전, 올아웃이다!
영산강 그란폰도는 MBC에서 생중계가 되어 경기를 되돌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카메라 앞에서 페달링에 집중할 수 있었고, 와이프와 지인들도 유튜브 라이브 댓글로 응원을 보내주었기 때문에 다른 대회보다 더 힘이 나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고개를 절로 흔들게 만드는 해프닝이 있다. 변별력 있는 마지막 업힐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와 5초 차이로 뒤늦게 넘은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선두권 카메라 초점이 1위 라이더에게 고정되었고, 뒤따르던 마샬 오토바이 두 대도 그 선수를 따라 내려갔다. 내 바로 뒤에 있던 수티스미스 팀원과 힘을 합쳐 다운힐에서부터 추격을 시작했지만, 페이스를 세게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두의 뒷모습을 볼 수 없었다. 경량 라이더였던 1위 참가자는 다운힐과 평지에서 우리보다 불리할 텐데, 왜 이렇게 잡히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 위화감의 정체가 ‘코스 이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시간이 흐르지 않은 뒤였다. 업힐 정상부터 쭉 직선으로 내려갔는데, 아마도 다운힐 구간 중간에 옆으로 빠지는 코스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선행하는 마샬도, 표지판도, 안내 경찰도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답사 라이딩이라도 하지 않은 이상, 직진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 뒤로 내려온 수티 팀원도 아무 의심 없이 똑같이 코스를 이탈했고, 얼마 뒤 이상한 낌새에 교통 통제 중인 경찰관에게 물어보니 우리가 최선두라고 했다. 그때서야 정확히 상황을 파악했다.
같이 선두권에서 고생한 수티 팀원은 격분하며 항의해야 한다고 했고, 나도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나는 공무원 사회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규정 위반이라는 사실에 반 체념 상태였고,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페이스를 늦추며 주행하던 중, 뒤에서 1위 선수가 다가왔고, 결국 세 명이 함께 선두로 골인했다. 공식적인 1등은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1:1:1 경쟁 구도는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나 역시 힘이 남았지만 굳이 골 앞 스프린트를 하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들과 고생한 와이프에게 사랑한다고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 기회를 놓친 게 너무 아쉬웠다. 진심으로 1등을 목표로 달렸던 만큼, 더 허망했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울분을 풀기 위해 참가한 대회가 제2회 내장산 그란폰도였다. 사실 참가할 생각은 없었는데, 급하게 나가기로 결정했다. 접수는 이미 끝났지만, 하루 전날 드라이브 겸 와이프와 함께 정읍까지 올라가서 현장 접수 후 참가할 수 있었다.
영산강 그란폰도 때와 같은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내장산 KOM 구간(단풍고개)은 올아웃을 해보았다. 하지만 확실히 LSD 위주로 타다 보니 1~5분 파워가 부족해 포디움에는 오르지 못했다. KOM 구간에서 종합 7위를 기록했는데, 시상 연령대가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었으면 포디움에 오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부족한 실력도 실력이지만, 경쟁 구간에서 솔로 어택을 하다 보니 끝발이 조금 모자른 부분도 있는 것 같다.
3차 보급소의 수박이 그렇게 맛있어 보였지만, 종합 순위를 위해 스킵하고, 결국 넷타임 1위를 기록하며 영산강에서의 울분을 풀 수 있었다. 피니시 라인 근처 아이스크림 차에서 세 번이나 아이스크림을 받아 먹었는데, 부족한 수분과 당분이 몸에 흡수되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마지막으로 참가한 대회는 해남 국제 자전거 대회였다. 대회 규모와 운영은 첫 번째 대회라 그런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마샬분들은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었지만, 운영 측에서 출발 시각을 지키지 않았고, 급내리막도 아닌, 속도를 올리기 좋은 약내리막 구간에서 속도 제한을 걸어버리는 등의 점이 조금 신경이 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후 대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수적으로 진행한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스프린트 경쟁 구간에 도전하게 되어 기대감이 컸다. 구간 거리가 약 2km 정도라 로드 스프린트보다 TT차로 고파워 항속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스캇 플라즈마 TT차로 참가했는데, 출발 직전 구간 거리가 줄어들었다는 공지를 듣고 아차 싶었다. 이 정도 거리면 익숙한 내 자전거로 가는 게 나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티티차는 렌탈이었다) 함께 탔던 계현이와 신혁 씨의 기량을 몰라서 콤 구간 전체를 앞에서 리딩했지만, 나중에 계현이가 뒤에서 힘이 남았다고 하더라. 계현이의 깡파워도 엄청나기 때문에 차라리 로테이션을 돌렸으면 결과가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았다. 구간은 평균 파워 460와트 정도로 주파했고, 결과는 10위였다. 평지 스프린트 구간에서는 업힐 KOM 구간보다 더욱 팀원 간의 협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스프린트 구간에서 아쉬움이 남아서 목표를 종합 순위로 수정하고 라이딩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꽤 길었던 팩이 선별되어 최종 선두팩으로 대여섯 명만 남았고, 우리는 로테이션을 돌며 이동했다. 그런데 종반으로 갈수록 로테이션을 받는 사람들의 페이스가 점점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팩에서 벗어나 독주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까지의 대회 운영 스타일상 마샬 차량에 가로막힐 것 같아 결국 팩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슬 체육관 골 앞 마지막 고경사 업힐에서 먼저 어택을 시작한 3인을 뚫고 1위로 골인하면서, 한 해를 잘 마무리한 느낌이었다.
2025년에는 육아휴직을 예정하고 있어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영산강, 내장산 대회 정도는 참가할 것 같다. 나머지 대회는 아직 미지수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훈련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마흔 초반까지는 우상향을 목표로 집중력과 노력을 유지해 보려고 한다.
스마트 트레이너도 디레토로 바꿔서 드디어 가상변속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층간소음 걱정 없이 훈련에 매진할 수 있을 듯? 올 한 해도 모든 자전거 동호인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자덕 라이프를 즐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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