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수 백번을 넘게 고민했다.
올라운드 기함인 타막을 기추하면서 오랫동안 타왔던 에딕트를 어떻게 처리할지.
Keep or sell ??
물건을 구매할 때는 좋은 것을 사서 오래 쓰자는 주의인데, 갑자기 시대의 흐름이 전동화와 디스크화로 넘어가면서 성능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편의성이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 되었다. 에딕트는 점점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데, 같은 올라운드 바이크인 타막과 중첩되는 포지션의 자전거를 안고 가기 위해서는 당위성이 필요했다.
- 생애 첫 카본 로드
- 투어링 로드와 궤를 달리하는 성능으로 새로운 즐거움(속도감?)을 느끼게 해 줌
- 일본 자전거 여행(후쿠오카-교토)
- 버킷리스트였던 PBP 완주
- 유럽 자전거 여행(프랑스-덴마크-프랑스)
- 여행 각지에서 도전했던 KOM 사냥
이 자전거와 함께한 추억과 그 자전거가 가진 의미를 생각해 보면, 쉽게 중고로 팔기 어려웠다. 세계여행 때 쌓은 설리의 마일리지조차 훨씬 넘겨버린 상태이니 말이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사이에 친구와 대전 200K 랜도너스를 나갔는데, 피반령 다운힐에서 낙차를 하면서 타막의 레버가 부러지는 사고를 겪었다. 그런데 알아보니 레버 한 쪽에 한화 80만원 이상인 것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비단 레버 뿐만 아니라 흔한 교체 품목인 체인과 스프라켓도 기함에 적용되는 것은 너무 고가였다. 장거리 대회를 주로 즐기는 입장에서 기함 바이크로 참가하는 것은 위험도 따르고, 소모품 관리 측면에서도 가성비가 최악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답은 나온 셈이다.
"에딕트에 생명 연장의 꿈을 불어 넣자"
타막은 오로지 레이스, 기록용으로 쓰고 그 밖에는 에딕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장거리 투어, 랜도너스, 자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우선 무엇을 튜닝할지 정하고 예산은 최저로, 가성비를 무엇보다 최우선 사항으로 고려하여 면밀히 검토했다. 사실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 가장 돈을 아끼는 길이지만 적당한 투자로 적당한 성능과 외모(하차감)를 챙기고 싶었다.
즐겨 참가하는 랜도너스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진행되기 때문에 우선 안전을 위해 디스크 브레이크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뒤 모두 디스크화를 하려면 프레임을 통째로 바꿔야하기 때문에 포크만 교체해 앞 바퀴만 디스크화 시키기로 결정했다. 어짜피 주 제동력은 앞 쪽에서 나오기 때문에 뒤는 감속을 조금 도와주는 정도만 되도 우중 라이딩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곧바로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데, 2015년식인 에딕트에 쓰이는 테이퍼드 포크의 규격이 굉장히 변태적이었던 것이다. 1 1/8 - 1 1/4 규격으로 구형 캐논데일에서나 적용되던 사이즈였고, 그나마 검색해서 나오는 것이 엔비 포크. 하지만 가격이 굉장히 사악해, 이 정도면 처분 후 새로 서브 자전거를 사는 데 보태는 것이 나아 보일 정도였다.
사람 빼고 다 판다는 알리 익스프레스에서도 요즘 트랜드의 규격 밖에 찾을 수 없었다. 비용 문제로 생명 연장 프로젝트를 접으려던 찰나, 일본 웹사이트 서핑 중 그물망에 하나가 걸려 올라왔다. 금액은 24,980엔 정도로 배송비가 발생하더라도 살 법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에서 해외 직구가 되지 않아 회사에 직접 문의 메일을 보내 보았지만 답장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글 이미지 검색을 돌려봤는데 세상에, 이베이에서 반값도 안하는 수준으로 동일 제품을 판매하고 있던 것이다. 이 사람도 여기서 제품을 떼와서 판매하는 모양이었다. 이베이에서는 고작 95달러. 배송비 15달러 포함해서 무려 카본 포크를 한화 134,167원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포크는 해결했으니, 이제 남은 필요한 것들을 알아보고 주문할 차례였다. 최대한 꼼꼼히 알아본 바, 다음과 같았다.
- 휠셋(앞 디스크, 뒤 림)
- 디스크 브레이크 캘리퍼(앞) - 기존 레버를 살려야 하므로 기계식
- 브레이크 케이블 속선, 겉선
- 디스크 브레이크 로터(6홀)
- 센터락 to 6홀 로터 어댑터
- 센터락 잠그는 공구
기계식 전동 구동계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압은 선택지에서 제외했으며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휠셋은 가성비로 소문난 파스포츠 카제로 주문(해외 직구)했다.
림 높이는 측풍과 전천후 사용을 고려해 35mm로 정했고 파스포츠 담당자인 안젤라와 1:1 챗을 나누며 앞 뒤 다른 사양으로 구매 가능한지 문의 후, 추가금 없이 100만원 초반대의 저렴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달러 환율이 치솟기 전에 구매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튜닝 총평 : 이 정도면 만족!
- 저예산으로 반 디스크화가 가능했다는 점.
- 날씨의 여부와 관계 없이 카본휠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는 점. (SBS에서 우중라이딩 테스트 완료)
- 무게의 증가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기존에 PR1400 알루미늄 휠셋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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