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베 종류 : 광주 600KM 브레베 (획득고도 5,466m)
출발시각 : 2019.05.06. / AM08:00
완주시간 : 36h. 59min.
자전거 : Addict10 (2015) + Dynamo front wheel
1. 자전거 세팅
① 가민1000 (보조 기록 장치로 피닉스5x plus 사용)
② 다이나모 라이트 : 부쉬 앤 밀러 IQ-X (마운트 교체 : 플라스틱 → 철)
③ 32홀 SON 허브 다이나모 휠 (4년 전 일산 T.O.B.에서 빌딩)
④ 탑튜브 백 (S사이즈)
⑤ 머드가드 앞/뒤 : 크러드 로드레이서 MK3
⑥ 750ml 물통 1개
⑦ 공구통 (튜브, 육각렌치, 타이어 레버, 선크림, 펑크킷, 니트릴 장갑, CR2032)
⑧ 파워미터
⑨ 오르트립L 새들백
⑩ 후미등1 (가방에 고정, CR2032 배터리로 작동)
⑪ 후미등2 (싯스테이에 부착)
⑫ 18650 충전기 (오로지 가민만을 충전)
2. 출발지로 이동
목포 프로바이크 정영기 사장님의 배려로 차를 얻어타고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차 안에 싣기 위해선 머드가드를 분리해야 했는데 탈착이 매우 번거로워 내 자전거는 루프 캐리어에 적재했다. 광주까지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차 안에서 바나나와 삼각김밥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3. 함께했던 사람들
내가 속해있는 팀 포텐에서는 세 명이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당일 기재 문제로 한 명이 급작스럽게 빠지고 사장님과 단 둘이 나가게 되었다. 세 명이었으면 우리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며 마음 편히 갔겠지만, 사장님도 나도 600km는 처음이어서 잘해낼 수 있을 지 걱정이 됐다.
출발 후 CP2까지는 무난하게 선두 그룹에 붙어 이동을 했고, 진도에서 대전400 때 알게 된 「칼로리폭탄」님을 우연히 만나 3인 팩을 꾸리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나보다 꽤 형님이었다. 굉장한 동안이다. 더 놀랐던 것은 로드 입문한 지 얼마 안됐다고 하는데, 실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와 있다는 점이었다. 빠른 성장의 노하우를 전수 받아 이제 막 자전거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한 내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광주600 첫날부터 이상하게 자주 만나는 그룹이 있었는데 이 바닥에선 유명한 「연대보증」 팀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배테랑 랜도너가 즐비한 무시무시한 팀이었는데 브레베 후기를 찾아보다 알게된 레인보우님과 삐약이님도 함께하고 있었다. 유명인을 실제로 보니 왠지 신기하고 반갑기도 했다. TV 아이돌이나 연예인은 전혀 관심이 없지만 그들은 내게 있어서 스타와 같은 존재였다.
이제 걸음마를 땐 초보 랜도너에게 연대보증 팀은 정말 좋은 길라잡이가 돼 주었다. 너무 따라다녔는지 CP10 이후로는 연대보증 팀의 조은성 님께서 식당에 우리 자리를 추가로 잡아 주며 신경을 써 주기까지 했다. 이틀간 너무 감사했고 시간에 쫒기지 않고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것도 팀 연대보증 덕분이라 생각한다.
혼자 달리면 매번 길을 잘못 들고 졸음도 참지 못해 길바닥에서 자버리기 일쑤라 항상 시간 관리가 안됐는데 이번에는 여러사람이 함께 해 매우 든든했다. 특히 야간 라이딩이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경험이 많은 랜도너가 앞장섰기 때문에 평소에는 달릴 수 없는 속도로 어둠을 가르며 나아갔고 무수한 라이트가 앞을 밝히는 장관이 연출 됐다. 모두가 숙박 예정지인 완도를 향해 묵묵히 페달을 돌렸고, 고요하고 한적한 시골길은 다양한 라쳇소리로 메워졌다.
오밤중에 극기 훈련을 하는 느낌이어서 괜한 비장감이 들었고 아드레날린 분비로 몸도 반 각성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완도에 거의 다다를 즈음에는 긴장이 풀려 졸음도 쏟아지고 몸도 노곤노곤했다.
4. 코스 이야기
전라남도를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였으며 날씨는 첫째 날, 둘째 날 모두 좋았다. 업힐다운 업힐은 후반 CP10 직후에 포진해 있으며 전체적인 코스 난이도는 체감상으로나 획득고도로 봤을 때 낮은 편에 속했다.
개인적으로는 진도를 한 바퀴 돌고 나오는 구간이 가장 힘들었다. 해안가를 따라 빙 돌아 나오는 코스로 끊임없는 낙타등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라이딩 경험과 스킬이 부족해 체력소모가 많이 발생했던 구간이었다. 낙타등 코스는 다운힐이 끝나기 직전에 힘을 써서 탄력주행으로 언덕을 어느정도 빠르게 올라가야 힘을 아낄 수 있는데, 다운힐이 느리고 인터벌을 좋아하지 않는 내게는 기대할 수 없는 요행이었다.
팩이 거는 인터벌을 겨우겨우 버텨내겨나 뒤처지면 조금 긴 업힐에서 만회하려고 애써 보았지만 결국 봉크를 맞게 되면서 사장님과 칼로리폭탄님에게 페이스 다운을 외치고 말았다. 민폐를 끼쳐 죄송했다.
당장 보급할 곳이 없어 진도를 빠져나오고 나서야 간단히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진도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또 진도만큼 아름다운 구간은 없었던 것 같다. 진행방향 우측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와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섬들의 모습이 도심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랜도너스의 묘미는 바로 이런 것들과의 만남이 아닐까 싶다.
5. 숙박
광주600은 숙박을 하게 된다면 회진(380km)이냐 완도(340km)냐 고민을 하게 되는데 우리의 선택은 완도였다. 회진까지 가기엔 나의 정신력과 체력이 너무나도 모자랐고, 결정적으로 같이 이동하던 연대보증 팀이 완도에서 숙박을 함으로써 우리도 회진까지 갈 마음을 잃어버리고 숙박을 선택하게 됐다.
방은 하나를 잡아 셋이서 썼는데, 원래 2인실이라 침대가 하나 뿐이어서 바닥에 깔 침구를 한 세트 더 주문해 받았다. 칼로리폭탄님이 자진해 침대 아래서 주무셨는데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숙박비는 침구류를 추가한 값을 포함해 4만 5천원이었다.
따뜻한 물도 잘 나오고 자전거도 세 대 다 집어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았지만 자는데 방이 너무너무 더웠다. 광해군의 명령으로 가택 안에서 쪄죽임을 당했던 영창대군의 고통을 간접 체험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잠을 설친 것 치고는 둘째 날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6. 식사
그간의 경험을 통해 위산과다에 의한 식욕 감퇴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위장약 라니포스를 준비해서 임했다. 제산제는 위의 산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긴가민가 했지만 놀랍게도 200, 300, 400, 600 모두 통틀어 위장약을 복용한 이번 600이 가장 컨디션이 좋았다. 효과가 일시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완화 방법을 알게되어 너무 기뻤다. 그렇다고 식욕이 완벽히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뭐라도 먹어보려는 마음이 생기긴 했던 것 같다.
7. 성과. 그리고 슈퍼 랜도너
위장약 덕분에 둘째 날은 밥이 잘 넘어가 힘이 넘쳤다. 언덕을 만나면 되려 힘이 나는 타입이라 업힐 몇 군데를 힘차게 올라가긴 했는데, 끝나고 로그를 보니 웬걸 KOM이 하나 있는 것이었다. 세그먼트를 자세히 들여보니 빈집이었다. 그럼 그렇지. 그래도 랜도너스에서 왕관을 한 번 구경할 수 있었다는 데에 의의를 둔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2019 슈퍼 랜도너 달성이다! 2015년도에 뭣도 모르고 서울200에 참가했을 때 진짜 죽도록 힘들었는데 묘하게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페이스 조절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때라 후반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지옥을 체험했었다. 그랬던 자린이가 고통을 즐기는 변태가 되어 슈퍼 랜도너가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기왕 시작한 거 슈퍼 랜도너는 돼봐야지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세계여행을 떠난다며 13개월 간 한국을 떴다가 또 귀국 후에는 공시 준비를 하다보니 이제서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슈랜이 되었지만 놀랍게도 감흥은 별로 없었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올해 브레베를 다시 시작하면서부터 슈퍼 랜도너 그 다음 단계인 그랜드 랜도너 달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200k 브레베에 참가하면 100km만 타도 힘들지만, 400k에 참가하면 또 200km까지는 금방 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랜드 랜도너가 되어 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뿌듯할 것 같기도 하고 왠지 허무할 것 같기도 하다. 그랜드 랜도너스(1200k)를 해마다 나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이런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일까? 기회가 되면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사실 PBP도 나가볼까 했는데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이 정말 와 닫게도, 작년에 달성한 브레베 성과가 하나도 없어 등록할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접수령을 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고 지금은 코 앞으로 다가온 그랜드 랜도너스에 집중할 때이다. 폭우 예보가 있어 완주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지만 최선을 다해보고 나서 그 다음 목표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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