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호회 후쿠오카 여행 2탄
2일차 아침
이틀째 날은 이른 출발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각자 정해진 시각에 로비로 모여 다음 숙소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여행 준비 기간이 매우 짧아서 연박이 가능한 숙소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발하려고 보니 권 과장님 MTB의 뒷바퀴에 펑크가 나 있는 상황. 베테랑 답게 빠르게 수리를 마치셔서, 바로 근처에 있는 이치란 라멘 본점으로 장소를 옮겼다. 돈코츠 라멘의 본고장인 후쿠오카에 오면 돼지뼈를 진하게 우려낸 크리미한 라멘을 맛보는 것도 좋지만, 내게는 대중적인 입맛에 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 이치란 라멘이 최고다.
이토시마 라이딩
이토시마로 향하는 길에 후쿠오카 타워 같은 관광지를 코스에 포함시켜 도심 관광의 재미를 더했다. 지난번 이토시마에 왔을 때는 일출 전 캄캄한 상태에서 반바퀴를 돌고, 흐린 하늘 아래서 나머지 반바퀴를 돌았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맑은 날씨 속의 이토시마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그래도 코스 자체가 달리기 좋다 보니 둘째 날은 페달을 밟는 재미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정신승리
우연히 들른 레전드 맛집
무보급으로 열심히 페달을 밟다 보니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시간을 보니 점심 먹을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이토시마 일주 중에 음식점을 본 기억이 나지 않아 구글 지도로 식당을 검색해 봤다. 그런데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폐점이어서 머리가 핑 돌았다. 다들 배고파 죽겠는데 말이다. 대부분의 식당이 브레이크 타임에 걸리기 직전이어서 매우 초조했지만, 다행히 근처에 3시까지 영업하는 '할레루야'라는 가게가 있어서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가게는 열려 있었고, 4명 모두 함박 스테이크 정식을 시켰다. 나오자마자 '와' 소리가 동시에 절로 나왔다. 비주얼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함박 스테이크와 함께 나온 야채도 정말 대박이었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해서 집 근처에 있었다면 무조건 단골이 되었을 것이다. 가게 분위기도 아기자기해서 좋았고, 문 밖에는 못난이 귤이 자유롭게 가져가라고 박스에 푯말과 함께 놓여 있었다. 크~
はれるや · 일본 〒819-1322 Fukuoka, Itoshima, Shimamitoko, 293 293番地
★★★★☆ · 음식점
www.google.com
이토시마 사이클링
이토시마를 일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거나 경치를 감상하고 싶은 구간이 제법 많다. 그중에서도 사쿠라이신사 후타미가우라 토리가 가장 대표적인 명소인데, 관광객들로 붐비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사쿠라이신사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드론으로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웠다. 360도로 회전하기도 하던데, 멀미는 안 날까?
일.정.붕.괴.
이토시마 일주를 무사히 마친 후, 마지막 저녁 만찬을 즐기고 회사나 집에 가져갈 기념품을 다 함께 구매하려고 계획했다. 그런데 숙소까지 10km 남겨두지 않은 복귀길에 배가 아파서 다이소 화장실에 들러 잠깐 휴대폰을 봤는데, 믿기 어려운 메시지가 와 있었다. 잘못 읽은 줄 알고 두세 번 반복해서 읽었다.
결론은 내일 탈 예정이었던 복귀편 배가 결항된 것이다. 선사에 문의하려고 해도 콜센터는 17시까지 운영되는데, 공지가 16시 13분에 온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 난감했다. 원래는 숙소에서 한 번 씻고 저녁을 맛있게 먹으러 갈 예정이었지만, 이 비상 상황에 저녁을 먹는 것도 미루고 한 방에 모여 오랜 시간 회의를 했다. 계현이도 3개월 된 딸이 기다리고 있고, 나도 임신한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회의 결과 정말 많은 안이 나왔지만, 의견이 다르다 보니 (특히 예산 문제로)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결국 아래 네 가지 항목 중 우선순위를 정해 진행하기로 했다. 일단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2번을 먼저 시도해보기로 했다. 시모노세키의 부관훼리도 후쿠오카의 뉴카멜리아호도 온라인상으로는 이미 티켓이 매진 상태였기 때문에, 당시 상황으로서는 정말 거금을 들여 항공편으로 귀국해야 하나 싶었다. 아무튼 다음 날 아침 전화를 해봐야 윤곽이 확실히 드러날 것 같았다.
1. 시모노세키로 이동해 부관훼리를 타고 귀국하는 방법 (90km가 넘는 추가 라이딩이 필요함)
2. 다음 날 아침, 카멜리아호에 잔석이 있는지 물어보고 이틀 안에 출항 가능한 편이 있으면 이용하기
3. 비행기로 귀국 (비용이 엄청나게 발생함. 자전거 포장하는 고생은 덤.)
4. 가장 일정이 급한 1인을 먼저 항공편으로 귀국시키고, 나머지 사람은 카멜리아호에 자전거만 선적한 뒤 가능한 이동 수단을 알아본 뒤 귀국
늦은 저녁식사
일단 결론이 났으니, 밥을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웬만한 가게는 모두 폐점 상태였다. 다행히 숙소(원스호텔후쿠오카) 바로 앞에 로컬한 우동집이 있어서 오니기리와 기츠네 우동을 시켜 먹었다. 우동은 평범했지만 오니기리는 딱 내 입맛에 맞았다. 김치가 함께 나오는 것이 특이했다.
식사 후, 모처럼 도보로 돌아다니며 취침 전 미팅타임을 위해 저렴한 마트를 찾으려고 했지만, 구글맵이 최신화되지 않았는지 헛걸음을 쳤다. 결국 근처에 있는 패밀리마트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서 조촐하게 즐기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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