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최근 1년 사이에 후쿠오카 쪽으로 자전거 여행을 세 번이나 다녀오게 됐다. 그중 첫 번째 여행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작년 4월 21일에 떠난 5박 6일간의 와이프와의 첫 해외여행이었고,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신혼여행을 국내로 떠난 아쉬운 마음을 드디어 달랠 수 있게 됐다. ^ㅇ^
오고 가는 시간이 아깝기는 해도, 자전거를 편하게 싣고 오갈 수 있는 배편(뉴카멜리아호)으로 일본 입국을 했으며, 첫날 뉴카멜리아호 안의 2등 다인실을 와이프와 단둘이 전세를 내게 되는 행운까지 누릴 수 있어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마음 편히 배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오전부터 후쿠오카 도심 관광을 했는데 크게 넓지 않은 도시인 데다 대부분이 평지여서, 자전거 여행 초심자를 데리고 투어 하기에 굉장히 좋았다.
날씨 변덕이 심했기 때문에 스케줄은 하루 전이나 당일에 정하고 즉흥적으로 움직였다. 덕분에 예상치 못한 숙소 컨디션(낡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내고 보니 너무 좋았음 ㅋㅋ)이나 고생을 함에 따라, 추억에 오래 남을 만한 일도 선물 보따리에 담아 돌아올 수 있었다.
코스?
자전거로 움직였던 동선은 다음과 같다. 와이프와 같이 라이딩 & 관광을 하다가, 일과를 마치고서는 와이프가 숙소에서 쉬고 있을 때 1~2시간 코스로 운동 라이딩을 나갔다 오곤 했다.
1일 차
목포에서 부산까지는 자차로 이동해서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실내 주차장에 세워뒀다. 하이브리드 차여서 50% 공영주차장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게 은근 꿀이었다.
또, 선내에서 1박을 하기 때문에 잠만 잘 자면 다음날 아침부터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2등 다인실에 와이프와 단 둘이서만 입실을 하는 굉장한 행운이 따랐다. 아른아른했던 이치란 라멘과 스시로도 방문해서 식도락도 만끽! 숙소는 원스호텔후쿠오카를 이용했는데, 일본 숙소가 그렇듯이 많이 좁긴 했지만 깨끗하고 쾌적했다. 위치는 도보 여행이라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자전거가 있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2일 차
여행은 날씨가 반인데, 구름 한 점 없이 끝내줬다. 후쿠오카에 오면 꼭 보고 싶었던 실물 사이즈의 뉴 건담을 보고 가슴이 웅장해졌다. 후쿠오카와 매우 가깝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다자이후시 천만궁의 정원을 감상한 뒤, 쿠루메시까지 이어지는 고즈넉한 국도를 타고 저녁에 숙소에 도착했다. 해가 떨어지는 시간과 거의 맞춰 숙소에 왔는데, 바람이 갑자기 태풍급으로 불어와 얼어 죽을 뻔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배정받은 방에 담배 냄새가 너무 심해 다른 방으로 옮기기도 했는데, 굉장히 신비로운 숙소여서 와이프와 대화에서 지금도 화두에 오르곤 한다. ㅋㅋ 숙박료에 비해 일단 방 크기 자체가 말이 안 됐다. 무료 웰컴주스에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무료 입욕제와 샴푸, 바디워시가 있었고, 버튼 몇 번에 그리운(?) 느낌을 자아내는 포크송이 방 전체에 흘러나왔는데, 그 오디오 시스템이 욕실까지 연결돼 있었다. 스파도 초대형 사이즈였고, 그 터무니없이 맛있었던 조식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후쿠오카 주변은 주말에 숙박료가 엄청나게 비싸지는데, 뭔가 주말가 만 엔에 복고풍의 신라호텔 염가버전을 체험한 기분이었다.
3일 차
쿠루메시에서 다시 후쿠오카로 리턴하는 날. 자전거 여행이 그렇듯이 배는 갑자기 고파오기 때문에 배꼽 알람이 울리면 그 즉시 주변을 물색해야 한다. 시내까지 들어가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아, 트럭이 엄청 많이 정차해 있는 기사식당이 보이자마자 들어갔는데 우리들 딴에서는 초대박이었다. 새우튀김이 바삭바삭, 함박스테이크는 입에서 사르르르 녹아 분해됐다. 와이프가 다음에도 또 와야 한다고 흥분하며 얘기했다. 배고프면 뭐든 맛있겠지만 이런 로컬 한 맛집을 우연히 마주할 기회가 많은 점 또한 내가 자전거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4~5일 차
비 그리고 비였다. 우산을 들고 밖을 걷거나 윈도쇼핑을 하러 쇼핑몰과 지하상가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4일 차 저녁에는 비가 좀 그쳐, 하카타 항 근처에 있는 온천을 한번 이용해 보기로 했다. 노천탕을 전세로 빌릴 수 있길래 미리 예약하고 방문했고, 수질이야 유후인 벳푸나 홋카이도의 그것에 전혀 미치지 못하지만,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밤하늘을 바라다보니 낭만이 서서히 차올랐다. 그리고 와이프가 졸라서 야타이(포장마차)도 한번 이용을 해봤는데, 빙 둘러앉아도 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빠짝 자리를 당겨 붙여 앉아 모르는 사람끼리 자유로이 대화를 주고받는 점은 굉장히 신선하고 좋았는데, 다만 음식 양과 맛은 창렬 그 자체였다..
5일 차는 다음 날이 귀국이었기 때문에 회사와 지인에게 뿌릴 기념품을 공수하러 나가서 무려 새벽 3시까지 있었다. 면세 대기줄에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늘어서 있었던 것이 뇌리에 남아있다.
6일 차
돈키호테에서 쇼핑을 마치고 숙소에 오니 잠을 자기에는 너무 애매한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온 해외여행이라 아쉽기도해서 와이프에게는 눈 좀 붙이라고 하고 이토시마 일주 라이딩 코스를 곧장 짜서 다녀왔다. 후쿠오카의 새벽은 라쳇소리가 민폐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요해서, 타이어와 지면이 맞닿아 내는 마찰음에 귀를 기울이며 온전히 사이클링을 만끽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컴컴해서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날이 밝아오면서 해변가가 보이니 속이 트이는 해방감이 느껴졌다. 날이 흐려서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알고 보니 1차? 였던 후쿠오카 여행을 마치며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이것은 시작이었다. 두 번째는 여름휴가 철에 1주일간 휴가를 내고 후쿠오카로 들어가 규슈 이곳저곳을 빠르게 찌르고 다녔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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