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광주300
광주300 후기
거리가 줄지 않는 광주 200K 후반부에 느꼈던 고단함 때문인지, 이번 300K를 앞두고 얼마나 더 고생스러울지에 대한 우려가 앞섰다. 하지만 지난번과 달리 화창한 날씨가 예보되었고, 광주 300 코스는 항상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기에 기대감 또한 컸다. 특히 작년부터 랜도너스를 본격적으로 즐기고 있는 친구 진호를 통해 알게 된 익산랜도너 님께서 먼저 인사를 건네주셔서 무척 감사하고도 송구한 마음이 들었다.
다소 한산했던 광주 200 당시와 비교하면 참가자가 상당히 많게 느껴졌으며, 오랜만에 동시 출발의 활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밝은 색상의 반사 질레를 착용한 라이더들이 줄지어 달리는 장관이 펼쳐졌고 그 뒤를 따랐으나, 가감속 조절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져 곧바로 독주를 시작했다.
일기예보에서 낮 기온이 매우 온화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얇은 1500 저지와 질레 대신 X밴드만을 착용하고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일교차가 이렇게 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추위에 강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팔이 꽁꽁 얼어붙어 브레이킹이 둔해졌으며, 변속 레버를 조작하는 손길조차 굼떠져 의도치 않게 2단 변속이 되는 등 몸에 확실히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CP1에서 체크용 도장을 찾겠다고 헤매다가 체온을 뺏기는 상황도 발생했다. 일단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주행을 이어갔는데, 전 CP 포토 인증이었고, 완주 후 얘기해보니 운암엠티비 사장님도 모르고 계신 것을 알게됐다.
CP2로 이동하던 중 도저히 추위를 견딜 수 없어 인근 편의점에 들러 따뜻한 라면으로 몸을 녹이기로 했다. 그러나 손이 심하게 얼어붙어 악력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상태였다. 장갑을 입으로 물어 겨우 벗겨낸 뒤 결제를 마쳤고, 라면에 물을 받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오모리 라면의 킥인 액상 스프 포장재가 얼어붙은 손으로는 도저히 뜯기지 않았다. 입을 사용하여 시도해 보았으나 내용물이 사방으로 튀기만 할 뿐이라, 결국 핵심인 김치 스프를 넣지 못한 채 라면을 먹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설 채비를 할 무렵 남녀 페어 그룹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다들 추웠겠거니 싶었다. 다시 출발하여 주행을 이어가자 해가 떠오르면서 3도에 머물던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듯한 기이한 경험을 하며, 만개를 앞둔 풍성한 벚꽃길을 기분 좋게 통과했다. 그 과정에서 몇 분의 참가자를 추월하여 CP2에 도착해 먼저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때 출발지에서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는 '구멍'이라던 익산랜도너 님이 바로 뒤이어 도착하시는 것을 보고, 아! 약팔이를 당했구나 싶었다. 이 바닥을 잘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또 속았다.
익산랜도너 님은 든든하게 점심을 해결하려는 듯 조연홍 님과 함께 국밥을 드시러 자리를 옮기셨고, 그 시점부터는 다른 참가자들과 마주치지 못했다. 하지만 CP2에서 식사를 하던 중 차례로 도착하는 분들이 셀카로 인증을 남기는 모습을 보며 이번 대회의 인증 방식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확실히 해두고자 홈페이지에 다시 접속해 보니 프리라이딩 후기 링크가 게시되어 있었는데, 그 내용을 확인하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회의 난이도를 급격히 낮춰줄 정도로 상세한 후기였기 때문이다. 갈림길처럼 혼란을 줄 만한 지점마다 사진과 화살표로 완벽하게 표시되어 있어, 이후 주행에 지대한 도움을 받았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심정이었겠지만, 주행 내내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달려야 했기에 피로감이 상당했다. 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외선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 피부가 상할 것을 우려해 중간중간 선크림을 덧바르며 전진했다. 역광속에서 흐리멍텅한 가민1040의 화면이 선명하게 보인다는 점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코스 중반부터는 예상했던 대로 역풍이 불어와 진행 속도를 늦췄고, 이는 마음을 몹시 조급하게 만들었다. 해가 지기 전에 일정을 마무리하고 오후 8시 전에는 귀가하여 아이를 직접 재우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달에 예정된 400K와 600K를 무사히 치르기 위한 초석을 다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쉼 없이 페달을 밟았다.
차량이 전무한 예재 업힐 구간을 즐겁게 통과한 뒤 마지막 CP인 승촌보에 다다랐다. 승촌보 CP에서 가민 지도상으로 경로 판별이 다소 어려워 나는 자전거 도로로 진입했는데, 바로 경로 이탈 알람이 울었다. 방향은 같겠거니 그대로 진행을 했는데 이 잘못된 선택으로 적지 않은 힘을 허비했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는 본래 차도로 안내되어 있었으나, 나는 한참을 주행하다가 코스가 다시 자전거 도로로 내려와 만나는 구간이 있어서 차가 다니는 윗길을 뒤돌아 봤더니 아스팔트 노면 상태가 매우 훌륭했다. 그 길로 주행했다면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역풍 구간에서 차량이 지나갈 때 발생하는 약간의 부스터 효과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해가 지기 전 무사히 운암MTB에 도착하자 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지난 200K 참가 당시의 인연을 기억해주셔서 무척 감사했다. 200K 당시 깜박했다며 기념 양말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배려를 뒤로하고, 차에 자전거를 던지듯 싣고 황급히 복귀 길에 올랐다. 300K는 이렇게 마무리가 됐지만 다가오는 400K와 600K도 새롭게 업데이트 되는 만큼 굉장히 그 기대가 크다. 특히 600K는 거주지인 목포를 경유하는 만큼, 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 가정에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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