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광주200
광주200 후기
어느덧 아이가 두 돌을 지나며 삶에 약간의 여유가 생긴 덕분에, 2년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광주 200K를 시작으로 랜도너스 복귀를 선언하게 되었다. 자축할 만한 기념비적인 복귀 날이었으나, 하늘은 야속하게도 종일 비를 뿌려대며 혹독한 신고식을 예고했다.
광주 200K 코스는 일반적인 정규 브레베와 달리 평지 위주의 왕복 구간이라 주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비교적 평이한 난이도에 해당한다. 그러나 쏟아지는 빗줄기는 그 길을 순식간에 고행길로 바꾸어 놓았다. 이미 2027년까지 유효한 완주 메달 케이스를 구매해 두었는데, 단 하나의 메달만 채워진 모습을 보며 남은 칸을 서둘러 채우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설령, 혹시 모를 해프닝으로 올해 슈퍼 랜도너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내년을 보험으로 남겨두기 위해, 기필코 올해 200K부터 1000K까지 모든 브레베를 완주 하겠다는 다짐으로 임했다.
최근 광주 브레베의 참가자가 감소하는 추세인 데다, 작년에는 인원 미달로 일부 브레베(광주600?)가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이번 대회의 존속 여부에 대해 내심 불안함이 컸다. 다행히 대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었으나, 출발지인 운암MTB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불도 꺼져있고 짙은 어둠과 적막만이 가득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다행히 통로 안쪽에서 체크인을 도와주는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고, 소수의 참가자와 함께 출발 준비를 마쳤다.
오전 6시, 춥고 어두운 데다 빗줄기 때문에 노면 식별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장거리 적응력이 예전만 못하더라도 200K의 제한 시간인 13시간은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안전을 위해 해가 뜰 때까지 출발을 늦추기로 전략적 선택을 내렸다. 어차피 폭우 속에서는 우중 복장을 갖춰 입어도 결국 젖기 마련이라는 생각에 평상복 차림으로 나섰으나, 예상보다 매서운 추위가 몸을 파고들었다. 차 안에서 잠시 눈을 붙였으나 추위 때문에 쉽사리 잠들지 못했고, 결국 예정보다 늦은 7시 50분에서야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날이 밝은 덕분에 도로 상황을 살피며 달릴 수 있었던 점은 다행이었다.
광주 200K는 CP 수가 적고 왕복 코스라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적다는 점이 큰 위안이 되었다. 첫 번째 CP인 함평에 도착했을 때, 스스로가 최후미일 것이라 예상하며 도장을 찍었다. 그때 미니벨로 버디를 타고 뒤늦게 도착한 한 참가자를 만났다. 그분은 이번이 인생 첫 랜도너스 도전인데 고속도로로 잘못 진입하여 길을 헤매다 왔다고 전했다. 아니 신은 왜 소중한 입문자에게 이런 시련을.. 하는 생각이 뇌를 스치며 그에게 닥친 가혹한 시련에 마음이 무거워졌으나, 그 와중에도 패니어 백에서 간식을 꺼내어 나누어 주려는 따뜻한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극한의 날씨 속에서도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그 마음씨는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인류애로 다가왔다.
이후의 주행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었다. 오전에는 약순풍의 도움을 받아 순조롭게 거리를 좁혀갔으나, 반환점을 돌아 오후가 되자 강한 맞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치 가상 라이딩 프로그램인 즈위프트를 타듯 기계적인 페달링을 이어갈 뿐이었다. 원활한 다음 참가를 위해, 서둘러 귀가하여 육아를 도와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섰지만, 체력과 정신력은 급격히 소모되어 갔다. 특히 급격한 체온 저하로 오한이 찾아와 고전하기도 했으나, 길 위에서 스쳐 지나간 다른 참가자들의 고군분투를 보며 다시금 힘을 낼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완주에 성공했다. 도착지에서 만난 사장님으로부터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놀라기도 했다. 아마도 기상 상황 때문에 주행 시간이 길어졌거나 다른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평소 잘 걸리지 않던 목감기까지 얻을 정도로 고된 여정이었으나, 이번 200K는 향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특별한 브레베가 될 것 같다.
다음 일정인 300K 참가를 위해 홈페이지를 확인하니, 광주 200K 항목 옆에 비를 상징하는 마크가 표시되어 있었다. 운영상의 작지만 귀여운 변화가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비록 몸은 고되었으나, 다시금 랜도너로서의 삶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하는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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